윤서 | 자연은 언제나 다정하기만 한 존재는 아니었습니다. 때로는 거칠고 무섭기도 했고, 나를 시험에 들게 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순간이 지나고 나면, 어느새 자연은 삶의 지혜를 하나씩 가르쳐준 스승처럼 곁에 있었습니다.
어릴 적, 나는 마을 어귀에서 풀을 뜯던 소에 쫓겨 황급히 강물로 뛰어든 적이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공포에 온몸이 얼어붙고, 죽음의 그림자가 나를 덮치는 듯했습니다. 간신히 고개를 돌려보니, 나를 위협하던 소는 이미 멀어지고 있었고, 그제야 숨을 돌릴 수 있었습니다. 겁에 질려 눈물을 훔치며 강한 물살을 뚫고 간신히 집으로 돌아왔던 그날. 자연은 그날, 무모함과 두려움, 그리고 안도의 감정을 통해 경고와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비 오는 날, 친구들과 우산을 던져두고 온몸으로 빗속을 달리며 놀던 날도 떠오릅니다. 그 자유로움은 잠시였고, 곧 열이 오르고 이불 속에 갇혀 쓰디쓴 약을 먹으며 창밖의 아이들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습니다. 그때 알게 되었습니다. 달리기만 해선 안 되고, 멈춰야 할 순간도 있다는 것을. 자연은 그렇게 조심의 중요함과 ‘돌아가는 법’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맑은 날 햇살 아래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행복을 느끼던 나, 비 오는 날 창가에서 조용히 흐르는 빗소리에 위로받던 나. 자연은 늘 다양한 얼굴로 내 곁에 있었습니다. 엄마의 웃음처럼 따스한 존재였고, 때로는 삶의 파도를 건너는 법을 알려주는 선생님이었습니다.
자연은 그 자체로 이야기였고, 배움이었습니다. 나를 흔들고, 쓰러뜨리기도 했지만 결국에는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도와주었습니다. 그렇게 자연은, 나의 다정하고도 단단한 선생님으로 오늘도 그 자리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