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 언어의 무게, 정치권이 잃어버린 기본 품위

  • 등록 2025.05.28 16:59:49

 

우리 사회에 만연한 차별과 혐오의 언어가 우려스럽다. 특히 소수자에 대한 비하나 편견이 아무렇지 않게 통용되고, 정치권에서조차 갈라치기와 혐오 발언이 서슴없이 쏟아져 나오는 현실을 보면 마음이 무겁다. 모든 개인이 존엄성을 가지고 동등하게 존중받는 사회는 요원한 꿈처럼 느껴진다.

 

3차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이준석 후보의 ‘여성신체혐오표현’을 접하고 충격을 금할 수 없다. 이 발언은 단순히 논쟁 또는 자기주장을 합리화하는 과정에서 나온 실언이라 치부하기에 그 자체로 너무나 폭력적이고 끔찍한 이미지와 혐오를 담고 있다. 해당 발언은 여성에 대한 깊은 혐오와 차별적인 인식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며, 전국에 송출되는 지상파 TV 토론회이기에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 엄청난 불쾌감과 모욕감을 일으켰다.

 

이 후보의 발언이 왜 문제인지 명확히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는 개인적인 비난을 넘어선 문제다. 공적인 위치에 있는, 그것도 국가의 지도자가 되겠다는 사람이 자신에게 투표해달라고 유세하는 자리에서 혐오 표현을 아무 거리낌 없이 발언한 것은 우리 사회의 인권 의식이 얼마나 취약한지, 그리고 차별과 혐오가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표 사례다. 이러한 발언들은 혐오 표현의 정의에 정확히 부합하며, ‘여성 혐오’라는 우리 사회의 구조적인 문제를 다시 한번 상기시킨다. 공인의 혐오 발언은 특정 집단에 대한 차별과 폭력을 정당화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기에 더욱 위험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언제까지 혐오의 언어와 차별적인 시선 속에서 살아야 하는가. 매 선거마다 세대,성별 갈라치기에 신물났고, 소수자 패싱은 지겹기만 하다. 정치인들에게 책임 있는 언어를 요구하고, 일상 속 혐오 표현에 단호히 반대하며, 차별 없는 세상을 위한 연대에 함께할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 우리의 작은 목소리들이 모일 때, 비로소 더 나은 미래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야 정치가 잃어버린 언어의 품위를 회복할 수 있고, 상대를 존중하는 품성을 회복할 수 있으며 네거티브가 아닌 정책토론을 할 수 있다. 유권자가 원하는 건 그것이다.

 

지병수/부천무지개유니온 활동가